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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잊은 몸, 서서히 부서지는 몸

    • 교대근무
    • 14-01-11 16:39
    • 2,566

    교대근무는 야간근무를 필요로 한다. 밤에 일하기를 밥 먹듯이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힘들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변화에 몸은 자연스럽게 반응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한겨레] [토요판] 몸 / 암을 부르는 교대근무

    ▶ 별이 빛나는 밤에 나홀로 일해보신 적 있으시죠? 24시간 돌아가는 첨단공장 같은 세상에서 우리의 몸은 밤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학적으로 해가 떠 있지 않은 시각에 일을 하거나 깨어 있으면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는군요. 암, 심혈관계 질환, 만성피로와 과로사…. 모두 아는 이야기지만 실천하기 어렵지요. 자자, 그러니 이제 밤에는 일하지 말고 잠을 자게 해주세요.

    지금 독자가 이 기사를 언제, 어디에서 읽고 있을까 궁금하다. 토요판 기사니까 여유롭게 ‘아점’이라도 먹으면서 신문을 펼쳐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로 밤을 꼬박 지새우고 불편한 잠을 청하기 직전에 이부자리에서 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아예 야밤에 근무처에서 잠시 쉬는 동안 휴대전화를 통해 보거나.

    몇 명이나 그러겠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면 안 된다. 전체 노동자 5명 중 한 명 이상은 실제로 깊은 밤을 꼬박 일하면서 보낸다. 2011년 6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실태조사’를 통해 조사한 교대근무 현황을 보면, 조사 대상이 된 10인 이상 기업 전체의 15.2%, 제조업의 22%가 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은 43.7%로 거의 절반이 교대제를 채택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 군인이나 경찰,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 등 상대적으로 교대근무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나 파견 등의 고용 형태도 대부분 빠졌다.

    교대근무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의학적으로 보면 오전 7시 이전, 오후 7시 이후의 작업이 포함된 근무는 모두 교대근무로 봐야 합니다.”

    김인아 인천 근로자건강센터 실장(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의 설명이다. 교대근무는 일반적인 근무 시간 외에도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택하는 근무 형태다. 일반적이지 않은 근무 시간이란 저녁과 야간으로, 이 시간대의 주기적인 작업을 위해 노동시간을 변형해 배치하면 다 넓은 의미의 교대근무다. 교대근무는 적지 않은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나는데,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야간근무가 꼽힌다. 교대근무의 문제는 야간근무의 문제와 분리할 수 없다.

    간호사의 야근과 유방암의 함수관계

    교대근무가 몸에 끼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야간근무 자체의 부담이다. 밤에 졸음을 참고 일을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사고 위험도 높다. 문제는 밤샘을 일상적으로 해도 익숙해지지 않고 계속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전국금속노조가 2011년 펴낸 ‘수면장애 실태조사 보고서’에 사례가 잘 나와 있다(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누리집에 가면 볼 수 있다). 주야 맞교대 근무를 14년째 하는 금속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교대근무는 절대 익숙해질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한다. “야간근무는 절대 적응이라는 게 없어요. 야간근무 한 지 20년 됐다고 해서, 야간근무 할 때 팔팔하고 쌩쌩하고 잠도 안 자도 된다거나,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푹 잘 수 있고 하는 건 없어요. 야간 1년차든, 10년차든, 30년차든 적응이라는 것을 절대 할 수 없어요.”(보고서 10쪽)

    교대근무가 건강에 미치는 또 하나의 영향은 불규칙한 근무 시간이 불러일으키는 신체 리듬의 파괴다. 과학에서는 생물의 ‘하루주기리듬’ 연구가 활발하다. 하루주기리듬은 지구가 자전하면서 생기는 낮과 밤의 주기적인 변화에 몸이 반응하는 것을 일컫는다. 체내 호르몬과 기관의 대사 활동이 이 주기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생물학과 의학 연구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하루주기리듬이 파괴되면 건강도 무시 못할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전체 노동자 5명 중 1명이

    깊은 밤 꼬박 일하며 보낸다

    의학적으로 보면 오전 7시 전

    오후 7시 뒤 작업 포함 근무는

    모두 교대근무에 해당한다

    지난해 3월 현대자동차는 창사 46년 만에 밤샘근무를 없애고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했다. 시행 당일 아침 6시50분에 근무를 시작한 노동자들. 연합뉴스

    야간근무로 하루 주기 불규칙해

    암·혈관성 질환에 노출되고

    만성피로와 수면부족 시달려

    “야근 1년차든 10년차든

    적응 절대 할 수 없어요”


    대표적인 게 암이다. 이미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2007년 교대근무를 발암물질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2A에 올렸다. ‘아직은 인체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이지만,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원인으로는 야간 작업 중에 쬔 빛이 하루주기리듬을 깨뜨린다는 점과,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한다는 점이 꼽혔다. 멜라토닌이 줄어들면 에스트로겐 농도가 높아지는 등 연쇄적인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 암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대표적인 예가 유방암이다.

    2011년 6월 미국역학회지에는 노르웨이 간호사 4만9402명을 17년 동안 추적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간호사들은 야간조 근무를 연달아 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결과 야간근무를 연속으로 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5년 이상 근무자 중에서 야간근무를 4일 연달아 한 사람은 유방암 발생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1.4배 높았는데, 6일 연달아 야간근무를 한 경우엔 1.8배로 크게 치솟았다.

    심혈관계 질환도 자주 언급되는 문제다. 흔히 ‘과로사’라고 불리는 갑작스러운 사망 중에는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의 혈관성 질환이 많다. 이들 질환이 근무 시간이나 형태와 관련이 많다는 뜻이다. 현대차 노조가 2004년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주야 맞교대를 하는 노동자는 주간근무를 하는 노동자에 비해 고혈압과 뇌혈관질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3배 높았다. 황승식 인하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밤에 깨어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반복적으로 노동을 하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가고, 결국 자율신경에 이상이 생겨 심혈관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서비스업도 위험하다

    더 무서운 것은 만성피로와 수면부족일지 모른다. 생활을 서서히 파괴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수면장애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가 극심한 불면과 피로를 호소한다. ‘밝은 낮에 자려니 잠이 좀체 오지 않아 차라리 야간근무를 녹초가 될 정도로 바쁘게 하는 게 낫다’는 말이나, ‘주말 낮에 피로 때문에 자꾸만 가족에게 짜증을 내는 자신을 발견해 고통스럽다’는 유의 진술도 있다. 가족관계를 소원하게 하고 행복감을 떨어뜨리는 일인 줄 알면서도 기약 없는 기간 동안 반복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판 시시포스’인 교대근무자들이 겪는 최악의 고통이 아닐까.

    다행히 최근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난다. 작년 8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표됐다. 야간작업 종사자가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해당 노동자가 매년 직업환경의학전문의를 만나 특수건강진단을 받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수면장애나 심혈관계질환, 유방암, 소화기질환 등 교대근무의 대표적인 건강 문제를 문진과 진찰로 확인하고 상담받을 수 있어 삶의 질은 물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예정이다. 올해는 우선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3년에 걸쳐 점차 확대한다.

    교대근무를 최대한 야간근무가 포함되지 않게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주야 2교대를 하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두원정공은 2010년 9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조와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일하는 두 조가 번갈아 근무하는 형태다. 저녁부터 자정까지의 근무가 배제되지는 않았고 팍팍한 맞교대 형태도 여전하지만, 그래도 한밤과 새벽 근무는 피한 차선책이었다. 김 교수는 “사회학자와 의사 등이 주축이 돼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가족 생활이나 행복도 등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공장도 문제지만, 이제는 24시간 운영되는 서비스업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며 “부득이하게 야간근무를 하더라도 3일 이상 연속으로는 하지 않도록 일정을 조정하고, 시간을 역행하는(밤, 저녁, 오후, 오전 순) 순환교대제보다는 시간순을 따르는 교대제를 택해 몸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찰리 채플린이 나오는 영화 <모던 타임즈>의 유명한 장면에서, 채플린은 거대한 톱니바퀴를 고치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바퀴에 쓸려 들어간다. 기계를 장악하고자 했던 인간이 오히려 기계에 사로잡히고, 산업을 마음대로 부리려 했던 현대인이 반대로 산업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탁월하게 형상화한 비유였다. 빙글빙글 도는 톱니바퀴는 시계를 환기하기도 한다. 인류는 시간마저 마법사처럼 길들이고자 했고, 결국 전기기술과 정교한 교대제를 발명하며 어느 정도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인류가 잊은 게 있다. 밤을 굴복시키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작 그 밤을 사는 우리의 몸은 전혀 길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오늘도 밤을 지새우며 일하는 당신은, 밤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밤의 어둠에 조금씩 몸을 잠식당한다. 묵직한 이 톱니바퀴에서 벗어날 방법을 다 같이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윤신영 과학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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