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41일차◆ 벌집 서울지하철노조
작성자 : 언제본부장 / 2013-10-20 09:55:07
2013년10월20일(일) 3.16광장에서 군자검수지부와 군자정비지부가 2013년 임단협 개악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을 한지 41일차다.

새벽에 일반전기가 단전되어 천막농성장에 전기 공급이 한동안 끊겼었다.

아직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낮밤 기온차가 심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젊은(?) 나이와 9천 임직원 근로조건 후퇴를 막겠다는 열의가 없었다면 추운 새벽 천막농성장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아침 변기에 큰 밥(?) 주러 화장실에 가다보니 서울지하철노동조합 현관 간판에 말벌집이 있다.

언제부턴가 천막농성장 안에 말벌들이 드나들었었는데 그 말벌들의 집이 서지노 현관 간판 ‘지’자에 있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서지노 간판과 저 벌집이 마치 작금의 서지노 현실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안전행정부, 서울시, 공사 누구도 책임 있게 나서서 사태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서지노는 막힌 난국을 타개할 의지만 있을 뿐 사태해결 실력과 정책과 정치력과 투쟁력도 없으면서 전 집행부의 2012년 합의서는 ‘백지위임’이라고 운운하며 책임회피하기에 급급하기는 안행부, 서울시, 공사와 다를 바 없다.

서지노 간판에는 두 줄의 글이 있다.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서지노 중앙 어느 부서장에게 “서지노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저 간판의 ‘시민과 함께하는’ 글자를 왜 안 떼냐?”고 물었다.

그 부서장의 답은 “떼는 돈이 많이 들어서”라고 하였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건 박원순 시장을 향한 강한 투쟁인데 박정규 위원장은 당선 후 서울시 교통본부장을 만나고, 서울시장을 만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여줬으나,

사장과 첫 대면자리에서 ‘구태노사관계 탈피“를 얘기하고, 정연수 위원장이 쓰던 시민과 함께하는 간판을 정리도 못하고, 서울모델을 서울모텔이라고 놀리던 집단이 정연수 위원장이 합의한 서울모델에서 정리한다는 것을 부정도 못하고 받아들이며 총체적으로 정체성 부재의 길을 걸어오다 보니 박정규 집행부는 이도저도 아닌게 된 것이다.

거기다 노조사무실 문제로 112신고, 고소고발, 내용증명 공문발송, 천막농성장 방문 근무자 근태관리 탄압 등 제2노조를 탄압하는데 정열을 쏟다보니 임단협에 집중이 되겠는가 말이다.

서지노 박정규 집행부는 2013년 임단협을 진행함에 있어서 결과물이 아래와 같이 나오지 않는다면 서지노 간판에 붙은 벌집처럼 박정규 집행부 집행간부들에게 서울메트로 9천여 임직원들의 분노의 벌집이 붙을 것임을 경고한다.

- 아 래 -

1. 정년은 조건 없이 55~57년생 모두 2년 연장하라.
2. 퇴직수당은 100% 보전하라.
3. 승진은 총액인건비 외 별도 예산을 확보하라.
4. 2000년 이후 입사자들의 상대적 불이익을 해소하라.
5. 퇴직수당 정산일을 2014년 이후로 미뤄서 중간정산 5년 미만자가 손해 보지 않게 하라.


퇴근하다 천막을 들른 1검수갑반 이민열 반장님이 “고생하는데 뭐 줄게 없다”며 차에서 뭘 주섬주섬 찾더니 자일리톨껌 한통을 주고 간다.

아침에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서지노 조합원이 “밤에 추울 텐데 고생하십니다. 좋은 결과 있어야 될 텐데요” 라고 한마디 해주는데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서메지노 조합원들이든 서지노 조합원들이든 본사 고위 간부들이든 전화 한통, 오며가며 인사 한마디 등 이런 작은 정성어린 마음이 천막농성장을 지켜가는 힘의 원동력이 되며 우리 근로조건 후퇴를 막는 초석이 될 것이다.

- 한 찬 수 -


<위 사진> 천막농성 41일차 천막(출퇴근자들의 방문으로 부적대는 천막농성장과 몇 달간 제대로 달리지 못하고 천막 옆에서 숨죽이고 있는 내 애마)

<밑 사진> 벌집이 붙은 서울지하철노조 간판 ‘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