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게시판(대의원 답변) 펌
작성자 : 조합원 / 2016-03-11 18:26:13
15분의 대의원 동지들의 [입장]글에 답합니다

현장에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시는 대의원 동지들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면한 막중한 현안인 지하철 통합에 대한 대의원 동지들의 우려와 지적의 말씀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중앙 집행부로서 지적을 새겨듣고 경청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대의원 동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해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서울시의 의도에 끌려다니는 협상”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지난 달 대의원대회에서 보고 드렸듯, 서울시는 애초 작년 6월 통합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2월까지 조례제정을 마친다는 통합 일정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은 이 같은 시의 일방 추진일정에 제동을 걸고, 조례제정에 즈음해 핵심 노동조건 사안에 대한 ‘선(先)조정 합의’를 요구해온 바 있습니다.

서울시는 노조 요구를 수용해 계획된 일정을 모두 철회하고, 2월 이후 10여차례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월까지 합의를 도출하자는 애초 계획도, 서울시 제시안에 대한 노동조합의 거부로 무산되었습니다.
지금껏 ‘시의 의도와 일정에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어긋난 점이라는 것을 짚어두고자 합니다. 과거 공기업 통폐합 사례를 보았을 때 전례가 없는 ‘노사정 선결과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노동조건 선조정 협상은 노동조합이 요구하고 주도해온 판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두 번째로 구조조정 우려에 대한 지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조직설계, 근무형태 등 난제가 많지만 인력운영/임금 의제에 대해 이견이 매우 큽니다. 외주용역 환수와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도 현재까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견이 크고 쟁점이 첨예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원칙 포기’이자 ‘수세적 협상’이라고 미리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요. 대의원 동지들도 ‘말하고, 요구만 하면 해결되는 협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진 않을 것입니다. ‘구조조정과 노동조건 후퇴, 인위적 인력감축 없는 통합’이라는 노조 기본 원칙을 붙들고 있기에 협의가 순조롭지 않은 것 아니겠습니까?

인력/임금 협상 방향에 대해서는 지회장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되, 처우 개선을 바라는 조합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집행부의 숙제이자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노조-서울시 사이 뿐 아니라 양공사 간 그리고 세 노조 간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도 협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직급(직급 구분을 모두 없앤) 단일호봉제를 버리고 5직급체제 양보(안)"을 던졌다는 동지들의 지적은 일면 사실에 맞지 않고 일면 성급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집행부는 지난 대의원대회와 공청회를 통해 직급체제 개선 요구안으로 ①무직급 단일호봉제(안) ②4급이하 통합직급호봉제 1,2(안)을 설명 드린 바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합원 의견을 수렴하고 도철노조와의 공동요구 작성을 통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보고 드렸습니다.
양 공사 사측은 성과·경쟁체제 강화를 위해 현행 9직급 체제 유지를 고수하며 직급축소를 완강하게 반대했습니다. 판이 깨지기 일보직전까지 가서야 직급 축소·통합을 주장한 노조안이 관철되었습니다. 승진적체·직급 불균형 해소와 성과·경쟁체제 저지라는 목표에 한발 다가선 것입니다. 이후 하위직의 승진 기대와 4급 조합원들의 형평성 보완 요구를 수렴해 균형점을 찾고 구체적으로 다듬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노조 요구안을 포기하고 양보안으로 후퇴했다’는 지적은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아직 협상 중이기에 대의원 동지 모두에게 일일이 보고를 드릴 기회를 마련치 못한 점은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아가 이후 협의 과정에서 ‘임금 상향개선, 공공성 강화, 노조 참여 보장’의 기본 방향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라는 대의원 동지들의 말씀을 유념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집행부 활동에 대한 비판입니다.
대의원 동지들을 비롯한 현장과의 소통 부족은 아무리 비판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또한 집행부로서 달게 받아야 할 지적입니다. 집행회의 등 회의체에만 머물지 않고, 부족하다면 더 많이 발로 뛰겠습니다.
다만 그러한 지적은 중앙에 따끔한 채찍질이 될 수 있지만, 현장간부, 조합원 동지들에게 다소 과한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말씀인즉 “공청회, 협상보고는 철저히 배제하고, 노동개악 분쇄투쟁은 아예 조직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그러합니다.
지난 해는 물론 연초부터 지속적인 현장 공청회를 통해 통합 협의 과정을 보고하고 많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해왔던 점을 동지들도 모르시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개악 저지 실천 사업만 해도 작년부터 누계 7천여 명의 조합원이 집회에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 대가(?)로 위원장을 비롯 집행간부 등 수십명이 경찰에 의해 보복 소환 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 사업장 중 최다 집회 참여조직이자 최다 소환 조치입니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

선명한 비판을 십분 이해하지만 엄동설한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수천 조합원, 밤새도록 수만장의 전동차 스티커, 역사 대자보를 붙여주신 간부님과 조합원, 지금도 지회별 대시민 선전전에 함께 해주고 있는 간부,조합원의 숨은 노고를 한번쯤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의원 동지들의 쓴소리와 비판은 노동조합 운영의 보약이자 자양분입니다.
복수노조 사태 이후 서울지하철노조가 비온 뒤 땅 굳듯 굳건해진 것도, 두터워진 동지애와 신뢰로 비판과 참여의 조직문화를 뿌리내려온 이유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활발한 의견개진을 부탁드립니다. 집행부도 더 귀를 열고, 더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습니다.
아울러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공지한대로 노사정 협의가 마무리되면 대의원대회 보고와 현장 설명회를 즉시 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