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노조 경영참여 이사제-브릿지증권 사례
작성자 : 파업의길 / 2014-12-12 09:06:11
노조 경영참여 보장… 파격실험 잘 될까서울시 "양대 지하철공사 2016년말까지 통합"
"되레 더 큰 분쟁 소지" 우려도
김흥록기자 rok@sed.co.kr
입력시간 : 2014/12/10 17:33:40 수정시간 : 2014/12/10 21:05:40

서울시가 두 개의 산하 지하철공사를 통합하면서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두 기관의 통합을 위해 필요했던 노조 동의를 얻기 위해 노조의 경영 참여를 통합 이후 핵심정책으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경영 참여가 오히려 더 큰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오는 2016년 말까지 지하철 1~4호선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자리에서 "따로 경영하다 보니 똑같은 장비도 따로 사야 하는 등 경영효율성이 좋지 않았다"며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두 공사를 통합해 지하철서비스의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통합을 하면서 확실한 원칙이 있다"며 "인위적인 인력 줄이기를 하지 않겠고 서울시와 운영기관·노사 모두가 참여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에 통합한 지하철공사에서 노동이사제도를 도입하고 경영협의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노동이사제도는 노동조합에서 추천하는 노동이사를 이사회에 파견해 경영에 참가하는 제도이며 경영협의회는 정기적인 경영사안을 놓고 노조가 사측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기구다. 그동안 단체 협상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눠왔던 노사관계 수준과 달리 노조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높은 수준의 노사 협력이다. 이는 국내에서는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찾기 힘든 제도다.

시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대립하는 노사 관계를 참여형 관계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가하는 만큼 책임성은 물론 경영 투명성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복안이다.

반면 경영자총협회의 한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노조 경영 참여는 골든브릿지 증권의 사례와 같이 노조와 사측이 서로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로 갈 수 있다"며 "특히 투쟁의 관행들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공동참여를 허용했을 경우 극단적인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유럽의 오래된 노조문화와 국내는 차이가 있는 만큼 회사의 명운이 달렸을 때 노조가 그만큼의 책임성과 신뢰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는 노동이사제에서 운영할 노동이사의 수나 임기, 경영협의회에서 논의되는 안건의 종류, 개최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사안은 내년 기본계획안을 만들 때 추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