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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인권 상담하는데 정작 내 권리는 몰랐다"

    • 인권조합원
    • 13-12-14 21:45
    • 1,195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국가인권위분회 정미현 분회장
    [인터뷰] 통화종료권, 감정휴직 명시한 인권위 비정규노조 "인권위 안에 인권위 만들고 싶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심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는 노동자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노동자는 보통 "거기에 노조가 있나요?"라고 물으며 상담을 시작한다. 보통 하루에 25~26건. 단순 안내까지 포함하면 상담사는 하루 평균 40명의 '인권'을 상담한다. 이들은 "인권위에서 가장 인권감수성이 높은 집단"이다.

    이들은 국가공무원이 아니다. 인권위가 고용한 '민간노동자'다. 모니터링 등 단기 계약직을 빼고 인권위의 상시업무를 담당하는 민간노동자는 19명이나 된다. 10명은 매일 인권침해를 상담하고, 2명은 운전대를 잡고 인권침해 현장을 향한다. 인권위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은 6명이나 있고, 각종 인권 가이드라인을 홍보하는 민간노동자도 1명 있다.

    인권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4월 18일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국가인권위분회ㆍ분회장 정미현)을 만들었다. 그리고 6월 13일에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해 총 24차례 '사측'을 만났다. 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쳤지만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11월 6일 인권위 설립 이후 최초의 파업을 진행했다. 언론도 이 사건에 주목했고, 국회에서도 노동조합을 도왔다.

    쟁점은 '임금'이 아니었다. 노동조합은 임금을 일정부분 포기하면서 비정규직 내부의 차별을 없애려고 했고, 단협에 '인권위의 사회적 소임' 조항을 넣었다. 지난 3일 인권위 노사가 조인한 단체협약은 이렇게 시작한다. "위원회는 정치와 권력, 금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서 국가인권기구의 위상을 더욱더 확고히 하고,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모든 사람의 일상과 우리 사회에 탄탄히 뿌리내리는데 소임을 다하도록 노력한다."

    이번에 체결된 단체협약에는 △상담업무 조합원 감정휴직(7년에 1개월) △폭언ㆍ성희롱 시 통화종료권 △징계위원 조합 추천권 및 징계위 변론권 △인권위 권고안 수준의 정리해고 관련 조항 △기간제 조합원 무기계약직 전환 등이 들어 있다. 임금협약의 핵심은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9급~7급 수준의 기본급을 마련하고, 예산 편성 전 노조와 임금협상을 하고 이를 예산안에 반영하자는 내용이다.

    타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정미현 분회장은 지난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대부분 인권위의 인권 가이드라인에 있는 내용인데 타결이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정 분회장은 "파업에 들어가기 전까지 인권위 권고안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비정규직'의 정체성을 확연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는 자신이 외부에 제안한 권리를 내부에 적용하길 꺼려했다"고 말했다.

    정미현 분회장은 "교섭이 잘 안 된 이유 중에 '사회적 소임' 조항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인권위의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제안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부딪혔다"고 말했다. 당시 인권위는 '노동자와 합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이를 두고 인권단체에서는 "인권위가 노동조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이 '처우개선이나 하면 된다'는 식으로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료사회는 답답하다. 예산에 맞춰 임금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인권위 입장이었다. 정부는 내년 인권위 비정규직 몫으로 4억5천만 원을 배당했는데, 무기계약직 전환과 호봉상승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초과근로수당보다 '적정인원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 정미현 분회장은 "임금 협상은 예산이라는 틀에서 한 발자국도 안 못 나갔다"며 "추후 업무개선을 통해 예산을 짜자는 식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일부 조합원은 임금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보너스를 일부 포기했다. 상담원은 '임금보전용' 직무수당 10만 원을 받았지만 "상담도 사무도 운전도 모두 전문직이라는 생각"에 직무수당을 2만8천 원에 맞췄다. 정미현 분회장은 "초과근로수당도 성과급도 제대로 못 받아 내부에서는 논란이 있었지만 비정규직 내 차별을 없애고 기본급을 공무원 9급 1호봉에 맞췄다는 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운전노동자에게 경과실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것 또한 이번 교섭의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정미현 분회장은 "운전하다가 경과실이 난 경우에도 자기 부담금 10만 원을 항상 냈는데 '어떤 경우든 자기과실 책임이 있어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무원인) 조사관이 낸 사고와 운전노동자가 낸 사고를 다르게 처리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해 요구안에 넣었다"고 말했다.

    인권위 최초로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 정미현 분회장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교섭을 진행하면서 더 잘 상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상담에서 다른 기관 비정규직이 당한 차별을 들으면 보통 '혼자 싸우기 어렵지 않느냐? 거기 노조가 있나?'라고 묻는다. 그런데 이제 정말 노동조합의 힘을 느끼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적인 사안을 정확히 알게 됐다. 비정규직의 절절한 사연들을 꼭 사건으로 만들고 싶다."

    정미현 분회장은 "인권위 전원회의실에 들어갈 꿈도 못 꾼 10급도 못 되는 비정규직이 이제는 대등한 주체가 됐다"며 "200명 중 고작 20명도 안 되는 비정규직이었고, 투명한 벽에 가려진 기계였지만 이제 인권위의 한 구성원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위의 또 다른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을 만나고 싶다"며 "조합원과 함께 인권위 안에 인권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장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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