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민원이 들어온 지하철 역./그래픽=유새별

일부 수도권 지하철 역 이름을 두고 주민과 이해관계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송전까지 벌이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도 그 중 하나. 강남구 주민들이 결성한 코엑스역명추진위원회는 다음주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들은 봉은사의 인지도가 코엑스와 비교해 떨어지고, 봉은사역 제정의 바탕이 됐던 주민 설문조사 결과가 왜곡됐다며 ‘코엑스역’으로 역명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도현 코엑스추진위 대변인은 “세계적인 명소인 코엑스를 두고 봉은사역을 결정한 결과도 문제고, 과정도 잘못됐다”고 말했다.

 

개신교측에서도 종교 편향이라며 서울시와 소송전에 돌입했다. 한국교회연합은 3월 역명 최종 결정권자인 박 시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역명 사용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6월 세 번째 심리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진행 중인 가처분소송 이외에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일단 소송 결과를 지켜볼 계획이다. 논란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정당한 절차에 따라 역명을 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명을 개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서 “공정하게 진행된 절차에 대해 소송이 제기됐으니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8호선 ‘장지역’과 ‘복정역’, ‘문정역’에 대해서도 최근까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송파구에 따르면 주민들은 장지역이 ‘묫자리’를 뜻하는 장지(葬地)를 연상한다는 이유로, 복정역은 인근에 위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각각 ‘가든파이브역’과 ‘위례역’으로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문정역도 인근의 중심상권인 문정로데오거리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다며 지역상인들이 ‘문정로데오역’을 요구 중이다. 이 때문에 송파구는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역명 개정안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주민들의 역명 개정 요구가 빗발치면서 자치구가 앞장서 역명 개정을 추진하는 사례도 있다. 지하철 5호선 ‘강동역’과 ‘굽은다리역’은 역명에 지역적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민원에 따라 강동구가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다. 강동역은 역 이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특색이 없고, 굽은다리는 천호동의 옛 지명인 곡교리를 고유어로 풀어낸 명칭이지만 이제는 연관성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는 이유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지하철 역명을 인근 지역의 이미지로 연상하는 경우가 늘면서 지역 상권을 살리거나 집값을 끌어올리려는 목적으로 역명을 바꾸려는 움직임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살리는 역 이름이 더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almon@chosunbiz.com]